· ‘앵커 전환 설명회’ 13일 개최… 재구조화 기준 놓고 혼선 노출
· 대학가 “사업명보다 정확한 정책 로드맵과 실행 기준 먼저”
· 교육부 “라이즈→앵커, 간판 교체 아닌 패러다임 전환”
· “‘앵커’ 안착하려면 명확한 가이드라인‧소통 강화 불가피”
[대전=한국대학신문 김영식 기자] 교육부가 기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를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ANCHOR‧앵커)’로 재구조화하겠다는 구상을 현장에 설명하며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위한 새 판 짜기에 나섰다.
하지만 첫 번째 설명회 현장에서는 교육부 발표 내용보다 “무엇이, 언제부터, 어떻게 바뀌는가”를 둘러싼 현장 관계자 질문이 더욱 부각되는 양상이었다. 교육부는 이번 개편이 초광역 협력과 정주형 인재 양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설명했지만, 대학과 지자체는 명칭 변경의 실익, 재구조화 적용 시점, 사업 주체, 평가 기준까지 더욱 명료한 실행 로드맵을 강하게 요구했다.
13일 대전 유성구 소재 한국연구재단 대강당에서 열린 교육부 ‘앵커 추진방안 설명회’는 표면적으로는 정책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였지만, 실제 현장 공기는 사실상 ‘검증’에 가까웠다. 기존 라이즈를 지역에 안착시키기 위해 조직과 사업, 홍보 체계 등을 대폭 정비해 온 대학들은 갑작스럽게 제시된 ‘앵커’ 전환을 두고 “간판만 바꾸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지자체와 RISE센터 역시 당장 눈앞에 닥친 계획서 제출과 평가 일정 속 정책 적용 기준부터 먼저 정리해 달라는 요구가 거셌다.
■ “이미 ‘RISE’로 체질 개선 진행 중인데… 또 이름 바꾸나” 현장 불만 폭주 = 설명회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명칭 변경에 따른 행정적‧비용적 소모 문제였다. 특히 지역대학 현장에서 라이즈 안착을 위해 분주히 움직여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책의 본질보다 포장이 우선이냐”는 성토가 쏟아졌다.
이날 질의에 나선 유재수 충북대 RISE사업단장은 명칭 개편의 당위성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유 단장은 “새로운 혁신 방향을 담기 위해 이름을 바꾸는 것이 중요할 수 있으나, 기존 ‘라이즈’라는 명칭이 이미 지역 성장과 인재 양성이라는 가치를 충분히 포괄하고 있다”고 짚었다.
유 단장은 특히 현장의 실질적인 고충을 조목조목 나열하며 교육부의 소통 부재를 지목했다. 그는 “대학들은 이미 로고 제작부터 현판, 간판 교체, 홈페이지 개편 등 모든 환경 개선을 ‘RISE’라는 이름으로 마친 상태”라며, “이를 다시 ‘앵커’로 바꿔야만 혁신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러한 중차대한 명칭 변경 과정에서 지역 RISE센터나 협의회 등 현장 전문가들과의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유 단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개편 소식을 접했다”며 “이러한 방식이 과연 적절하고 정당한 것인지 모르겠다. 명칭 변경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 교육부 “명칭 변경은 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 소통 미흡은 인정” = 이에 최우성 교육부 지역대학지원과장은 이번 개편이 단순한 이름 바꾸기가 아닌 ‘국정 과제’ 차원의 전략적 재구조화의 일환임을 분명히 했다. 최 과장은 우선 “라이즈 재구조화는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에 포함된 사안”이라며 “성과 평가를 강화하고 환류 체계를 공고히 하는 등의 실질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는 지난해 11월부터 시‧도 지자체 및 대학들과 꾸준히 의견을 교환하며 다듬어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가장 거세게 반발한 ‘명칭 변경’ 논란에 대해서는 소통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최 과장은 “이름을 바꾸는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 수렴이 미흡했던 점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명칭 변경이 가질 ‘상징적 의미’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의 이해를 구했다. 그는 “단순한 ‘껍데기’ 교체가 아니라 재구조화의 방향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을 고민한 결과”라며 “기존의 ‘지역혁신’이라는 추상적 틀에서 벗어나 사람이 지역에 닻을 내리고 머물 수 있게 한다는 ‘지역성장 인재 양성’의 의지를 ‘앵커(ANCHOR)’라는 이미지에 담아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과장은 “사업명 전환은 정책 패러다임이 인재 유입과 정주라는 보다 본질적인 목표로 옮겨가고 있음을 뜻한다”며 “새로운 명칭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가치를 다시 한번 살펴봐 주시고, 향후 진행될 재구조화 정책 방향에 대해 대학 현장에서도 깊이 있는 고민을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당장 4월 제출인데 어쩌나”… 대학가, 촉박한 재구조화 일정에 ‘당혹’ = 설명회 현장에서는 정책의 당위성 못지않게 현실적인 ‘타임테이블’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2차 연도 계획서 제출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발표된 ‘재구조화’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를 두고 대학 관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부산대 박상후 RISE사업단장은 “현재 모든 대학이 라이즈 1차 연도 보고서와 2차 연도 계획서를 준비 중이며, 제출 시기가 4월 중순으로 임박해 있다”며 “당장 제출해야 할 계획서에 이번 재구조화 정책을 즉각 반영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특히 박 단장은 이번 재구조화의 핵심인 ‘선택과 집중’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서도 짚었다. 박 단장은 “재구조화를 하려면 결국 폐지되는 과제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대학 내 엄정한 평가 결과가 선행돼야 한다”며 “2차 연도 계획서에 평가와 폐지, 예산을 활용한 재설계까지 담기에는 시기적으로 매우 촉박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박 단장은 행정적 효율성을 고려한 ‘단계적 추진’을 제안했다. 그는 “일단 2차 연도 계획서를 제출한 뒤, 교육부의 17개 시‧도 현장 방문 평가와 대학별 자체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수정 계획서’를 제출하는 프로세스가 더 현실적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 교육부 “집행 부진 과제가 재구조화 타깃… 시‧도별 유연한 대응 주문” = 부산대 박 단장이 제기한 ‘촉박한 일정’과 ‘행정적 과부하’ 우려에 대해 최 과장은 각 대학의 ‘자율적 판단’과 ‘예산 효율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최 과장은 우선 “17개 지방정부와 각 대학의 사정이 제각각인 만큼, 교육부가 일률적인 확답을 내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전제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대학이 재구조화의 근거로 삼아야 할 핵심 지표로 ‘사업비 집행률’을 명확히 지목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1차 연도가 종료된 시점에서 대학별 집행률을 보면 70~80%를 이월한 곳도 있다”며 “이월금이 많다는 것은 사실상 해당 사업에 대한 지원이나 추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다시 말해 계획 대비 성과가 부진하거나 예산 집행이 더딘 과제가 대학 스스로 판단해야 할 ‘재구조화의 1순위 대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2차 연도 계획서 반영 시점과 관련해서는 지자체와의 협의를 강조했다. 최 과장은 “각 시‧도에서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자체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에 과제 재구조화를 요청하게 될 것”이라며 “대학은 시‧도의 평가 일정에 맞춰 계획을 수정‧보완하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춰 교육부는 중앙정부 차원의 강제적 가이드라인보다는 ‘시‧도별 자체 평가’와 ‘대학별 집행 데이터’를 결합해 자연스러운 ‘가지치기’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사업 주체는 개별 대학? 거버넌스?”… 참여 범위 두고 혼선 = 정책의 재구조화 방향이 구체화될수록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누가 이 사업을 끌고 가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다. 특히 교육부가 제시한 ‘공유 대학’과 ‘지역 성장엔진 육성’ 모델이 개별 대학의 사업인지, 지자체가 주도하는 거버넌스 차원의 프로젝트인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질의에 나선 원광대 김경 RISE사업단장은 교육부가 설명한 거버넌스 구축 전략과 세부 실행 과제 사이의 ‘주체적 정체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앞서 부산대 단장님이 언급한 2차 연도 계획서에 세부 과제를 재구조화해 담는 것은 지자체와 협의하면 가능하겠지만, ‘지역 성장엔진 육성’과 같은 거대 담론은 결이 다르다”고 짚었다.
특히 그는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개별 대학이 직접 신청하는 구조가 아니라, 오는 8월 시행령이 확정된 이후 구축될 ‘거버넌스’가 추가적인 프로세스에 따라 참여 주체가 되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교육부의 명확한 확인을 요청했다.
이는 대학들이 개별적으로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자체가 중심이 된 거버넌스의 틀 안에서 수동적인 파트너로 참여하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현장의 불확실성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주체가 ‘거버넌스’라면 대학 입장에선 사업 추진의 자율성이나 예산 확보 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서다.
■ 교육부 “거점대 중심 컨소시엄이 핵심… 대학 간 연합 모델 구체화” = 이러한 사업 주체의 모호성 지적에 대해 최 과장은 ‘컨소시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해답을 내놨다. 개별 대학의 단독 수행보다는 대학 간 결합과 연대를 통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과장은 특히 ‘공유대학’ 모델과 관련해 “거점 국립대가 지역 내 대학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번 개편안이 교육부의 ‘거점 국립대 육성 정책’, 즉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과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임을 시사한다. 다만 최 과장은 “아직 세부 계획은 확정 단계가 아니며 조만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이른바 ‘초광역 사업’에 대해서도 컨소시엄 형태의 참여를 강조했다. 최 과장의 설명에 따르면, 지역별 성장엔진 분야의 특성에 따라 참여대학의 수와 형태가 유연하게 결정될 전망이다.
최 과장은 “예를 들어 A라는 성장엔진 분야에 강점이 있는 대학 10곳이 뭉칠 수도 있고, B 분야는 5곳이 뭉치는 등 분야별 특성화 정도에 따라 컨소시엄의 모습은 제각각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모든 앵커 참여대학이 일률적인 틀에 박혀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에 따라 전략적으로 이합집산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내일모레가 성과공유회인데… 앵커? 라이즈?” 지역 RISE센터장들 ‘멘붕’ = 정책 명칭 변경과 재구조화 바람이 불어닥친 가운데, 현장 실무를 총괄하는 지자체 산하 라이즈(RISE)센터의 시계는 멈춰버린 모양새다. 정책의 큰 그림보다는 당장 내일 집행해야 할 공문과 행사 명칭을 두고 실무자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이날 질의에 나선 반주현 충북RISE센터장은 현장의 혼란을 ‘실시간 상황’으로 전달했다. 반 센터장은 “당장 내일모레 성과공유회와 평가가 예정돼 있는데, 기존 라이즈 사업으로 진행해 온 것들에 ‘앵커’라는 이름을 언제부터 붙여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구했다. 이와 관련, 반 센터장은 “2025년도 이월 사업은 앵커 사업이라 불러야 하는지, 아니면 오늘 이후로 전면 전환을 선포하는 것인지 교육부가 ‘시점’을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재구조화가 불러올 ‘평가 시스템의 엇박자’에 대한 우려도 컸다. 현재 2025년도 이월 사업과 2026년도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와중에 하반기 지자체 평가와 그에 따른 인센티브 배분 문제까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반 센터장은 “자체 평가 이후 수정 계획서를 받아 사업을 ‘앵커’로 전환하는 과정을 고려 중이지만, 이 과정에서 지자체 평가 기준과 어떻게 맞물릴지가 큰 고민”이라고 했다.
아울러 교육부가 제시한 ‘기본계획 재구조화’의 적용 시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반 센터장은 “이번 재구조화가 교육부 평가가 끝난 뒤인 2027년을 타깃으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당장 올해부터 적용되는 것인지 명확히 해달라”며 정책 실행의 ‘기준년도’를 확정해줄 것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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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대학신문 - 411개 대학을 연결하는 '힘'(https://news.unn.net)